요 근래 엄마가 집에 와 있었다.
엄마가 준비하던 요양보호사시험을 보고(기능 만점,실기 두개 틀렸다고 함 ㅎㅎ) 이제 딸네 집에 올 여유가 생겼다고 놀러왔다.
손주 둘과 함께 매일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ㅋㅋ
그래도 이번주부터 아이들이 등원을 시작해서, 같이 하원하고 놀이터도 가고, 윤우 머리 자르러 미용실도 같이 가고, 하윤이 옷 사러 같이 가고, 어린이대공원에 동물보러 갔다가 동물원이 문 닫아서 허탕쳐서 오기도 하고.
오늘은 둘 다 등원시키고 엄마랑 손 꼭 붙잡고 석촌호수 가서 산책했다가, 롯데월드몰 앞 의자에 앉아서 햇빛 좀 쬐다가 들어가서 편의점 갔다가 부대찌개 먹고 하윤이 레깅스랑 치마속바지랑 상하복 사고 엄마 속옷도 사고.
다시 버스 타고 하원버스 오는 곳 근처 카페에서 엄마랑 커피 타임. 각자 핸드폰 보면서 ㅎㅎ
엄마와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참 좋다.
아빠가 엄마 보고 싶다고 일요일에 데리러 온대서 이제 엄마와의 시간도 곧 끝날듯 하다.
항상 좋은 엄마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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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아침 8시부터 애 두 명 따로 등원 시키고 석촌호수 걷다가 생리가 터지고 그 상태에서 계속 걸었더니, 몸이 무리했는지 너무 피곤하고 두통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 생리 첫날에 두통이 있긴 했는데, 애들 하원하고난 뒤에 긴장이 풀렸는지 머리가 너무 심하게 아팠다. 눈뼈 부근까지 아프고 일상생활을 하는데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
타이레놀 먹어도 효과가 없어서 결국 엄마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침대에 누웠다. 누워도 머리가 어찌나 아픈지, 잠도 못 잘 정도였다. 그 와중에 애들은 계속 나 확인하느라 왔다갔다 하고..
외할미 혼자 애 둘 먹이고 씻기느라 사투를 벌이는 소리가 방문 밖에서 나고.. 잠은 오지 않는데 머리는 계속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괜히 또 엄마에게 미안하고, 몸은 아프고. 으슬으슬 춥고.
이거 코로나 아니야? 덜컥 겁도 나고. 코로나면 어쩌지 엄마랑 나랑 애들 다 자가격리 2주 들어가야하나? 온갖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러다 애들이 잘 시간이 다 되니 점차 두통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제야 타이레놀 효과가 온건지.
침대에선 엄마가 하윤이와 함께 자고, 침대 밑에선 내가 윤우 안고 자고.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다.
아프지 말아야지, 정말. 건강해야하는데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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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 먹다가, 엄마한테 이야기했다.
”엄마, 엄마는 폐경 언제 왔지? 아 빨리 폐경 왔음 좋겠다.”
”엄마는 52살에 왔어.ㅎㅎ”
”엄마 친구들은 아직도 폐경 안 온 사람도 있어.ㅎㅎ”
”어우 그럼 늦둥이도 볼 수 있겠네 ㅋㅋ”
”ㅋㅋㅋㅋ”
”으어.. 그럼 나 엄마처럼 52살에 폐경이 온다면.. 아직도 16년이나 더 생리를 해야하는 거야?”
“ㅎㅎ그땐 엄마가 없을 수도 있어.”
이 말 듣는데 갑자기 말문이 턱, 막혔다.
엄마가 없을 수도 있다고? 고작 십여년 만에?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말이어서.. 그 말을 온종일 곱씹고 또 곱씹었다.
엄마에게 앞으로 십여년이란,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서 말이다.
아직은 나에게 엄마가 없을 삶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데.. 그런 날이 막연하게 그냥 언젠가 오리라 생각만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십여년 안에 엄마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럼 나는 어쩌나.
복합적인 생각이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엄마에겐 내색하지 않았다.
엄마가 있을 때, 후회하지 않게 잘 해야지. 사랑한다는 말 조금 더 많이 해야지. 엄마가 보기에 자랑스러운 딸이 되어야지.